열아홉에 이발소 보조 첫발
50년 외곬인생 여전한 재미

ⓒ 주간함양 

“많이 배운 것도 아니고 먹고 살기 위해 이용기술을 배웠다. 열아홉 살에 시작한 게 벌써 50년이 됐다.”
휴천면사무소 인근 휴천이용원 지대용(69)씨는 열아홉살 때 이용기술을 배워 일찍이 이용사로 50년 동안 외곬 인생을 살고 있다. 지씨가 휴천면에서 이용업을 한지는 41년이 됐다. 열아홉 살에 마산시에서 이발소에 취직해 이발사 보조로 손님들의 머리를 감겨주는 등 허드렛일로 시작해 3년 만에 이발에서 면도까지 모든 이용기술을 익혔다.

ⓒ 주간함양 

지씨는 “머리도 잘 돌아갔고 손재주도 있는 편이어서 주인 이발사의 총애를 받아 큰 어려움 없이 이용기술을 배울 수 있었다”고 했다.
지씨는 인근 미용실에서 일하던 지금의 아내를 만나 열애 끝에 20살에 결혼했고 가장이라는 책임감으로 이용기술을 차근차근 익혔다. 마산에서 4년 동안 이용기술을 익힌 그는 아내의 고향인 함양군 지곡면 처가 이웃동네로 삶터를 옮기고 함양읍에서 제일 큰 이용원에 이발사로 취업했다.

ⓒ 주간함양

ⓒ 주간함양
 

함양읍 이용원에서 5년쯤 일하던 어느날 휴천면의 한 이발소에서 좋은 조건에 채용하고 싶다는 제의가 들어왔다. 이발사의 건강이 나빠져 이발소를 운영할 수 없는 처지여서 이발사를 고용해 운영하려던 참이었는데 지씨는 오히려 자신이 이발소를 임대해 운영하고 월세를 주겠다고 제안해 이발소를 넘겨받았다고 한다.

ⓒ 주간함양 

ⓒ 주간함양 

난생처음으로 이발소 직원이 아닌 주인이 된 것이다. 그의 나이 28살이었다. 면사무소 삼거리에서 지금의 휴천이용원으로 자리로 옮긴 것은 지난 1987년 태풍 셀마 이후였다. 셀마 때 산사태로 무너진 토사가 현재 이용원 자리에 있던 지씨의 옛집을 덮치는 바람에 완파됐다. 옛집을 철거하고 현대식 건물을 지어 이용원을 이곳으로 이전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그는 “젊어서는 직업에 대한 회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이만한 직업도 없는 것 같다”며 “정년도 없고 내가 할 수 있을 때까지 하면 되는 거니까 이보다 좋은 직업이 어디 있느냐”고 반문했다.

ⓒ 주간함양 

“40년 전 처음 이발소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휴천에만 이발소가 대여섯 개나 됐다. 그래도 그때는 손님도 많았고 정(情)도 많아 재미있었어. 돈은 못 벌어도 그때가 좋았지”라며 1970년대 이발소에 대한 추억 보따리를 풀어 놓는다.
“그때는 돈 내고 이발하던 시절이 아니었지. 1년에 두 번 보리와 나락(벼)으로 이발비를 대신하던 시절이다”며 “1년 내내 머리는 외상으로 깎아주었다”고 했다. “현물로 이발비를 받았는데 그 것도 후불이었다”면서 “보리와 벼 수확이 끝나면 손수레를 끌고 집집마다 보리와 나락을 받으러 다니는 일이 이발하는 일보다 더 힘들었다”고 회고 했다.
게다가 이발 횟수에 관계없이 1년간 이발비는 나락 다섯 되와 보리 다섯 되로 퉁쳤기 때문에 수시로 머리 깎으러 오는 손님들도 많았다고 한다.

ⓒ 주간함양 

“찾아오는 손님이 있고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이 일을 하겠다”는 그는 건강관리도 철저하다. 매일 새벽 인근 화정산 등산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벌써 30년째다.
이용원은 미용실이 늘어나고 젊은층에서는 이용원보다 미용원을 많이 찾다보니 점차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휴천면에서도 지씨가 운영하는 휴천이용원이 유일하게 이용원의 명맥을 잇고 있다. 지씨는 “아마 이용원은 우리세대가 마지막 세대일 듯하다”며 “나이든 분들 외에는 이용원을 찾는 사람이 거의 없고 이용기술을 배우려는 젊은이들도 없다”고 아쉬워했다.
지대용씨는 “세태에 따라 이용원은 추억의 장소로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지겠지만 많은 젊은이가 공기 좋고 살기 좋은 시골로 귀촌해 예전처럼 마을이 활기를 되찾았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정세윤 기자